[Backward Diary] 벼랑끝 전술이 가져온 선물

EPISODE 7. The Present of Brinkmanship - 벼량끝 전술이 가져온 선물


 

북한의 외교 전술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벼랑끝 전술, 벼랑끝 외교

 

 

벼랑끝 전술이란,

북미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취한 협상전술로, 협상을 막다른 상황으로 몰고 가 초강수를 두는 일종의 배수진을 의미한다.

 

196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게임에서 유래된 말로 일명 공갈(협박)전술, 북한말로 '맞받아치기 전술'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쉽게 표현해서 위기에 초강수를 띄워 그 상황을 탈출하는 말도 안되는 베짱으로 북한 특유의 똥베짱 정신이라고나 할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매우 Polite하고

Rational할꺼란 외교의 세상에서 이런 무대뽀(?) 전술이 효과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는 세상, 아니지 좀 더 폭을 좁혀서 사무실에서도 이 전술이 참 잘 먹힐 때가 있다.

이 전술을 잘 쓰면 아주 잘 드는 칼이 되지만 잘못 쓰면 칼자루가 아닌 칼 날을 잡고 찌르는 것과 같을 수 있으니 유의하자.

 

2005년 여름, 테헤란의 뜨거운 사무실에도 그 전술을 잘 쓰는 한 장수가 있었다.

어느 날 이른 아침부터 부장님이 모두를 불러 모았다. 우리에게 중요한 업무가 생겼다는 것이다.

 

"자자 다들 모였지? 우리에게 오늘은 매우 역사적인 날이야.

우리 부서에 중요한 일이 생겼어!"

 

 

-일이 생겼어-

 

이 부분이 부장과 부서원 사이에 큰 느낌(?) 해석(?)의 차이가 있다.

 

차장 '아..뭘까? 이 무거운 기분은...'

과장 '아 졸려...어제 먹은 술도 안깼는데...비몽사몽...아침부터 왠 일 얘기야.....'

대리 '일? 아 또 일? 일일일...토할꺼 같은데...'

사원 '무슨 일이지? 집안일? 큰일? 재밌는 일? 아...뭔 말이냐..이게..(@&$)@_$#$#_%_*' ← 자신이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름

 

영업부서의 특징은 따로 또 같이 국밥같은 느낌 이랄까?

각자 자신의 목표를 채우느라 월말까지는 매우 자신만의 업무를 하느라 바쁘다. 내부에서 경쟁도 있고해서 비밀(?)도 생긴다.

그러나 월말이 되면 흩어졌던 병사들이 하나의 적에게 맞써 싸워 마지막 힘을 다 한다.

바로 '마감' 이 마감을 하고 나면 마치 한 달 동안 내내 같이 싸워온 전우처럼 한 잔(?)을 하며 무용담을 하고 또 한 이야기를

반복하며 서로의 심신을 달랜다.

 

이런 반복적인 영업 일의 일상은 매우 지침...짜침...의 연속 그런데 새로운 일이라니..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거의 좀비 수준으로 직장을 다니다가 보면 내 일 아닌 일은 모두 남 일이요.라고 생각하기 쉽고,

특히 부서 공통 업무는 가능한 안하는 것이 좋고. 그냥 남 일이 되기 일쑤다.

 

그 새로운 일이란 우리 부서가 하필이면 우리 부서가.....

수요공급 즉 SCM과 관련된 협정을 거래선과 맺게 되었고 그 협정 체결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 모든 부서원의 마음은 천하통일 되었다.

 

"수요? 공급? SCM..협정..체결?? 이게 다 먼말이야?????????????????????????????????"

"음 난 모르는 단어들이니 내 일은 아냐~~"

 

사실 OO식이라고 불리우는 의식들은 전문 업체를 써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러나 의욕에 불타오르는 우리의 장수는 모든 것을 SELF 하기를 원했다.

문제는 누가 하느냐 였다. 그 누가? 누구냐? 누구구구구구구구구? 난 아냐.....라고 외치고 싶었다.

 

일이 생겼어 선언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할지도 모르고 구체적인 지시도 없었기에..

그리고 그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장수는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어떻게 하는게 좋겠어?"

"난 말야 이렇게 비주얼이 막 날라다니는 피피튀가 있으면 좋겠어~슝~"

 

..............................5초간 정적............................

 

"왜 말이 없어???? 안할 꺼야?????????"

 

그 때 총대를 맨 촤장님의 갸날픈 한 마디

 

"그..그게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런일은 사람을 쓰는게..."

 

다른 대원들 일제히 고개를 땅으로 박은채...주섬주섬...

 

그 때 그의 벼랑끝 전술이 시작되었다.

 

"안되겠어! 지금부터 아무도 집에 못가! 될 때까지 저 회의실에서 나오지마!"

 

진심(?) 진정(?) 거짓말 인줄 알았다. 그러나 진짜였다. 그렇게 우리 5명은 회의실에 갇혔다.

갇히고 1시간이 흘렀다. 1시간 동안 각자의 PC만 보면서 일을 하다가 누군가가 침묵을 깨며 말했다.

 

"우리 정말 집에 못갈지도 몰라. 어떻게든 해보자"

 

"아 근데 뭐 부터 하지????"

 

그렇게 시작된 벼랑끝에서 꽃 핀 "Collarboration"

각 자 서로가 할 수 있는 걸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슝슝 날라다니는 피피튀 제작!!

 

"어 피피튀 누가 제일 잘하지? 아 맞다~ 신입 니가 젤 잘할꺼 아냐?"

"너의 뇌는 싱싱하니까~"

 

그렇다 신입은 못하는게 없다.

신입=나는 총대를 메고 문제의 날라다니는 피피튀를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날라다니는의 의미 해석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Flash가 있는 자료를 말하는거 같았다.

선거방송에 나오는 거처럼 그래프가 마..악 움직이 쑤욱..올라오기도 하는...

 

그러나 현실은 내가 무슨 미대생도 아니고...디자이너도 아니고

회의실안에 Flash를 제작하는 사람은 None! 심지어..Flash 그게 머야? 후레쉬?? 빛나오는거??

 

그래서 밤 새 독학으로 네이X에게 물어보고 책을 사오고 난리를 쳤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대학입시 때보다 더 놀라온 집중력을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 회의실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날라다니는 피피튀를 위해...

차장님은 음악을 찾고, 과장님은 그림을 찾고 대뤼님들을 소스를 찾고 있었다.

어느새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회의실 탈출을 위해...필사적으로 협업했다.

그렇게 점점...하나 둘씩 날라다니는 피피튀가 완성되고 있었다.

 

정말 회의실에 갇힌지 일주일이 지났다. 물론 집에 다녀온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날도 있었다.

일주일 내내 끼니는 회의실에 배달된 김밥, 떡볶이, 순대..등

얼굴은 누렇게 뜨고..다크서클을 발 끝까지 내려와..더이상 갈 곳도 없었다.

 

 

정확히 5일...후

 

좀비 5명이 회의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나 조금 다른 좀비..마치 승승장구한 요런 모습이라고나 할까?

날라다니는 피피튀와 함께

 

 

지금 보면 촌스럽고 서툰 Flash가 툭툭 튀는 것이 엉성하기 그지 없지만...

당시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퀄러티!

 

드디어 체결식이 이루어졌고 양사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자료를 어떻게 만들었냐며 극찬을 받기까지

그래서 우리 장수의 얼굴엔 큰...아주 큰 꽃이 피었다.

그리고 나=신입은 그 체결식을 끝으로 아주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장수의 벼랑끝 전술은 목적 달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끝엔 또 다른 예기치 못한 결과가 있었다. 

 

벼랑 끝에서 살아 남은 전사들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다. 바로 '우리' 일이란 것의 개념이었다.

자신만의 일만 하느라 여유없던 마음에 우리도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월말에 개인의 무용담이 아니라 우리의 무용담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날라다니는 피피튀를 이야기하면 머리가 쭈삣거리지만

세상에 없은 극한의 알흠다운 Collarboration을 이끌어 낸 건 누군가의 벼랑끝 전술 이었다.

 

그 날 이후 나에겐 큰 깨달음이 왔다. 회사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것..

이 밤...그 회의실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보고싶어요. 동지님들...

 

 

Make your comrades as many as possible in the OFFICE

 


Tips for freshman


  • 군대에만 전장에만 전우가 있는것이 아닙니다. 조직의 성공과 실패를 함께 겪는 전우를 만드세요.

  • 극한에서 자신의 진짜 실력이 나옵니다. 힘들다고 놓아버리지 말고 다른 길을 찾아 보세요.

  • 나를 성장하게 하는 상사는 편안함 보다는 불편함을 쉬움보다는 어려움을 주는 사람들 입니다.